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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고골리 초상, 몰레르 그림.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미술관 소장"

도스토예프스키가 유명하기는 하지만, 그의 소설을 꼼꼼하게 원작 그대로 (축약본이 아니라는 뜻. 나도 러시아어를 할 줄 모른다), 읽은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분량도 길 뿐 아니라, <의식의 흐름>이라 할 것은 아니지만 매우 치밀한 심리 묘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그 호흡을 따라 읽기가 까다로운 편이다. 더구나 그의 소설의 핵심은 스토리 전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심리 묘사 부분에 있다. 즉, 스토리 중심으로 묘사된 축약본을 읽고 도스토예프스키를 알았다고 말하는 것은, 냄새만 맡고 음식맛을 안다고 뻐기는 셈이다.

그에 비하면, 체호프나 고골리는 중단편 위주이어서, 부담없이 권할 수 있는 작가들이다. 읽기 쉬운 문장이고, 내용도 재미있다. 고골리는 풍자소설의 대가이다. 그의 이야기풍은 아주 남달라서, 기묘한 판타지와 플롯을 섞어 강렬하고 독특한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고골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 중의 하나인 狂人일기에는 나만의 에피소드가 있다.

나는 비교적 어린 시기에 책에 빠졌는데, 민학교 5학년 때 고골리의 풍자 소설을 읽게 된다. 광인일기는 미친놈이 話者인 일기체 소설이다. 한 남자가 상류층 여인네를 사모하다가 미쳐가는 얘기인데, 책을 매우 진지하게 읽었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한 여인을 사모하던 이 남정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가던 나는, 소설 결말을 몇 장 앞두고 <아! 주인공이 미쳤군> 깨달음을 얻었다. 이 소설의 묘미는 미친놈이 미친놈인 줄을 깨닫지 못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 몰입에 있었던 것이다.

그 뒤 대학생이 되어 나는 광인일기를 다시 읽게 된다. 나는 그 기묘한 몰입과 반전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허사였다. 그리 길지도 않은 소설이지만, 초입 두 장을 읽은 뒤, <아니, 주인공이 미친 놈이잖어!>라는 깨달음에 도달해버렸던 것이다. 줄거리를 기억해서가 아니라, 단지 초입 두 장에서 주인공이 보여준 언행만으로, 나의 논리는 그 주인공을 비정상의 부류로 분류해 버렸던 것이다.

씁쓸했다. 나의 머릿속은 어느새 그 정도로 "정상화" 되어 버렸단 말인가. 광인일기를 초독했을 때의 나의 머릿속은 백분율상 어느 정도 사회인, 어느 정도 광인(또는 비사회인)에 속하고 있었단 말인가.

삼십대 중반에 들어선 나는 광인일기를 다시 번 집어들 만한 시기가 되었으나 망설이고 있다. 나의 사회화도와 정상도를 시험에 들게 할 자신이 없는 것인데, 어떤 쪽으로 결과가 나와도 서글플 듯하다. 그래서 광인일기 책을 집어들지 않고, 광인일기 에피소드를 끄적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


술꾼
from 잡담/ Miscellaneous 2005/01/15 14:24
내가 술을 즐기는 이유는
술맛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식사보다 안주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술자리에서 수다떠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고
술자리에서는 하기 쉽지않은 이야기를 제법 하는 등 다양하지만.

술자리의 주요 動因이
"술 & 안주"인 때가 많다.
나는 아주 순수한 술꾼일지 모른다.

누구와 또는 언제 라는 것보다는
무엇을 먹고마실까에 집중을 해 버리는 것이다.

북경오리와 고량주
골뱅이와 라면 안주에 맥주 한 잔
매운낙지, 콩나물국, 단무지 삼합과 찬 소주
오코노미야키와 얼음사케.. 이런 式

"술 한 잔?" 이런 말엔 피곤에 쩔어 시큰둥할 수 있지만
"과메기에 참소주 한 잔?"이라면
선약을 취소하고 따라 나설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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