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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빈(孫臏) 2017/09/07
손빈(孫臏)
from 잡담/ Miscellaneous 2017/09/07 12:22
세상에 알려지기를 <손자병법>은 춘추시대의 전략가 손무(孫武)가 집필했다. 다른 이야기로는 손무가 집필 중에 세상을 떠나자 손자인 손빈(孫臏)이 병법서를 완성시켰다고도 한다. 내가 읽은 <손자병법>은 후자의 일설을 전제로 씌여진 책이었다. 80년대에 읽은 책이라 오래전에 손을 떠나 기억은 분명치 않지만, 굴곡이 많았던 손빈의 인생에 대한 기술이 비교적 충실했던 인상이 남아있다.

손빈의 이름은 한자로 "孫臏"이라 쓴다는데, 어렸을 때에는 孫賓, 즉 몸을 의미하는 육변(月=肉)이 없는 賓자를 썼었다고 한다. 그는 뛰어난 머리와 출중한 능력 때문에 친구의 모함을 받아, 다리 무릎 아래를 잘라내는 극형을 당하는 지경에 달하는데, 말하자면 생다리를 잘라내 앉은뱅이의 삶을 살게 된다. 손빈에게는 세상 억울한 이 일 덕분에 <손자병법>을 완성시키는 큰 일을 해냈다고 할 수도 있으니 (그게 아니었으면 그는 전쟁터를 누비는 무장 혹은 전략가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후대로서는 고맙다고 해야 할지. 다리를 잘린 뒤 손빈은 깨끗한 賓자 대신 무릎을 뜻하는 臏자로 개명한다. 두 다리가 멀쩡한 孫賓이 아니라, 앉은뱅이 孫臏의 삶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위한 방책이었을까. 어찌 되었든, 이름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다리로 멀쩡히 걸을 수 있던 孫賓에서 앉은뱅이인지라 머리를 쓰며 살아가야 하는 孫臏이 된 것이니, 개명은 과거의 나와 결별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내면적 계기였을 것이다. 한편, 다리 무릎 아래를 잘라내는 극형을 '빈형(臏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어쩌면 이 형벌의 이름이 손빈 때문에 붙은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다리를 잘리기 전의 이름이 실은 孫賓도 아닌 전혀 다른 이름이었을 지도 모른다.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는 호사가들의 재치가 스며들어있기 마련인 것이다.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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